[데스크칼럼] ‘함께 읽는 2018 책의 해’ 유감(有感)

올해는 책의 해다. 22일 서울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도종환 문체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2018 책의 해’ 출범식이 열렸다.
역대 대통령들은 독서 목록을 일정부분 공개하곤 했다. 그때마다 책들은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랐다. 대통령 관심사와 향후 국정 방향을 유추하는 보도도 쏟아졌다.
이른바 ‘독서 정치’다. 청와대가 대통령의 독서목록을 공개한 것은 김대중 대통령 때부터였다고 한다.
‘다독가’로 알려진 김대중 전 대통령은 휴가마다 여러 권을 가져갔다. <배는 그만두고 뗏목을 타지> <맹자> 등 고전부터 신간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이 김 전 대통령 목록을 채웠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다독가다. 같은 책을 완전하게 이해할 때까지 여러 차례 되풀이해 읽는 습관이 있었다고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0년엔 e북(전자책)을 갖고 휴가를 떠났다. 당시 e북에 마이크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담아간 것으로 보도가 됐지만, 이 책이 전자책으로 출간되지 않았던 시점으로 ‘불법복제 논란’이 일자 청와대가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년 여름휴가 때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을 읽은 뒤 이 책을 청와대 참모와 내각 인사들에게 추천했다. 국내 대학에 재직 중인 외국인 교수가 쓴 이 책은 ‘한국의 높은 위상을 한국인만 모른다’고 평가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책은 ‘넛지’(nudge)다. 넛지의 본래 뜻은 ‘옆구리를 슬쩍 찌르다’다. 하지만 이들의 정의는 옆 사람의 팔을 잡아끌어 어떤 행동을 하도록 만드는 게 아니라 단지 팔꿈치로 툭 치면서 어떤 행동을 유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적으로 ‘넛지’(nudge) 열풍을 일으킨 경제학자 리차드 탈러와 캐스 선스타인은 그들의 공동 저서 ‘넛지’에서 흥미로운 실험을 소개한다. 남성용 소변기는 서서 용변을 보게 돼있는 설계 구조상 수많은 소변 방울들이 소변기 밖으로 튀어 화장실 내 악취와 더러움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실제로 네덜란드 스키폴공항 관리소측은 이 같은 고민에 대한 대안으로 소변기 안에 작은 파리모양의 스티커를 붙여놓기로 했다. 과녁을 정확히 맞추려는 남성들의 수렵·채집 본능을 활용해 화장실 청결도를 높이려는 의도에서다. 파리모양 스티커를 붙이고 난 뒤 소변기 밖으로 튀는 소변의 양이 스티커를 붙이지 않았을 때보다 80% 이상 줄어드는 효과를 거뒀다.
이른바 이 책에서 보는 선택설계자에 의해 은연중 인간이 현실생활에서 보이는 행동 집중의 효과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자신의 휴가 중에 읽은 ‘명견만리(明見萬理)’를 국민들에게 읽어볼 것을 추천했다.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책도 읽지 않고 무위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며 “휴가 중 읽은 ‘명견만리’는 누구에게나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라고 밝혔다. 명견만리는 동명의 KBS의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다룬 내용을 책으로 펴낸 것이다. 만리 밖의 일을 환하게 살펴서 알고 있다는 뜻으로, 관찰력이나 판단력이 뛰어나 앞날의 일을 정확하게 내다보는 것을 의미한다.
문 대통령은 “사회 변화의 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빠르고 겪어보지 않은 세상이 밀려오고 있는 지금, 명견만리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며 “개인도 국가도 만리까지는 아니어도 적어도 10년, 20년, 30년은 내다보면서 세상의 변화를 대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다가올 세상이 지금까지와 다르다면 정치도 정책도 그러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미래의 모습에 대해 공감하고 그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공감하기 위해 일독을 권한다”고 글을 남겼다.
그러면 우리나라 평균 독서량은 얼마나 될까? 놀랍게도 성인 평균 독서량은 한 달에 한 권이 채 안 된다. 도서 구입비도 연간 1만 원 정도다. 굳이 통계 자료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책 한 권을 읽지 않는 어른이 대부분이다.
마샤 메데이로스는 <서서히 죽어가는 사람>이란 시에서는 ‘여행을 가지 않는 사람, 책을 읽지 않는 사람, 인생의 음악을 듣지 않는 사람, 자기 내면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하는 사람은 서서히 죽어가는 사람’이라고 썼다. 우리 주위에 살아 있는 사람보다 서서히 죽어가는 사람이 더 많은 사회가 되어가는 것은 아닌가.
돌아보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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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장애인복지신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