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혁종
본지 공동대표
가난하고 병든 환자가 있었다. 의사는 환자에게 가망이 없다며 마지막으로 신께 기도를 하라고 말한다. 환자는 절박한 마음에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아폴로와 아스클레피오스(의술의 신)등에게 자신을 살려 주면 천 마리의 황소를 갖다 바치겠다고 맹세했다.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환자의 부인이 남편에게 “만일 정말 건강을 회복한다면 당신은 신들께 한 그 약속 지킬 수 있나요?”라고 묻자 남편은 천연덕스럽게 “참 당신도, 설마 신들이 인간을 상대로 거짓말을 했다고 굳이 내려와 소송을 걸 수 있다고 생각하시오? 신들은 나에게 아무것도 못할 거요.”라며 아내를 비웃듯이 말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가난한 환자는 기도 덕분으로 건강을 회복하게 됐다. 따라서 그 환자는 신들과의 약속을 지켜야만 했다. 문제는 소 천 마리를 구할 형편이 못되자 신들을 속이기로 하고, 가짜 소를 만들어 제단에 바친 것이다. 하지만 절박한 심정으로 약속한 그 환자에게 신들은 놀림을 당한 것 같아 화가 나고, 그를 벌하기로 결정한다.
그날 밤 신이 꿈에 나타나 그 거짓말쟁이 환자에게 해안가에 보물이 있다고 알려준다. 다음날 환자는 임도 보고 뽕도 따는 기쁜 마음으로 신이 알려준 그 해변 가를 향해 달려갔지만 근데 그 곳에는 무지막지한 해적들만 있었다.
어찌 되었을까. 해적들에게 사로잡힌 그 환자는 자신을 풀어 주면 수 천 개의 금화를 주겠다고 애원하듯 약속을 해보지만, 해적들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리고 해적들은 그를 노예로 팔아 버리고 말았다. 이 이야기는 거짓말 뒤에 따르는 말로를 보여주는 이솝우화이다. 지금 대한민국 군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 아무리 절박한 난제에 처하더라도 국민을 속이려 들지 말아야 한다. 거짓의 대가는 반드시 크나큰 재앙을 받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지난 15일 오전 6시 20분. 삼척항에 낯선 어선 한 척이 나타났다. 북한 주민 4명이 타고 있는 소형 목선, 배는 아무런 제지 없이 항구 가운데로 거침없이 진입, 삼척 어민들이 배를 대는 부두 한가운데 정박했다. 또 이들은 배에서 내려 우리 어민과 대화도 하면서 탈북한 친척에게 연락한다며 휴대전화를 빌려달라고도 했다. 이에 놀란 시민이 당국에 신고했다.
해양경찰 순찰차가 도착한 건 6시 54분쯤. 북한 어민 4명은 30분 동안 항구에서 서성거렸고, 어민들은 황당함은 물론 불안했을 것이다.
북한 어선은 무려 사흘 동안이나 동해안을 누비고 다녔지만 군은 처음 발표 당시 해상 감시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믿기 힘든 말이다. 또 북한 어선이 남하할 당시 파도가 배보다 높았고, 해류에 따라 떠내려 오면서, 즉, 표류를 하고 있어 속도가 나지 않아 레이더로 탐지하는데 한계가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이 또한 신빙성이 떨어지는 말이다(당시 기상청 자료 파고율 0.5m). 배는 표류를 한 것이 아니라 엔진 동력을 이용해 내려온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표류로 인해 목선을 포착하는데 어려웠다는 군의 설명이 기가 찰 노릇이다.
또 군은 배가 발견된 곳이 삼척항 인근이라고만 했다. 이 또한 거짓이다(부두에 정박). 모두가 거짓으로 드러나자 결국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19일 전군 지휘관 회의에서 해상경계에 실패했다고 시인하고 사건 후 5일 만인 20일, 늦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런데 군의 해명 이후에도 여러 의문점이 남아 있다. 우선 북한 선원 4명 가운데 2명이 귀순 의사를 밝혔고, “2명은 본인들의 의사에 따라 판문점을 통해 북으로 올라갔다”고 했다. 하지만 군을 비롯한 관계 당국은 당초 어선이 귀순 의사를 가지고 남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2명의 귀순 동기를 보면 한 명은 가정불화로, 다른 한 명은 한국 영화를 보다 적발돼 처벌이 두려워 남하를 결심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선원들이 삼척항에 도착하기 전 울릉도 근처에 닻을 내렸는데 왜 삼척항으로 다시 향했는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특히 나머지 북으로 돌아간 2명의 경우 귀순할 의사가 없는데, 어떻게 함께 남하하며 삼척항까지 동행을 할 수 있었는가에 대한 동기도 명확하지 않다.
이번 사건으로 해상 감시망에 구멍이 생긴 문제를 수습하기 위해 군 당국이 북한 어선의 발견 경위를 놓고 거짓말을 반복하며 국민들을 속인 행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 국가 안보가 병들었는데도 정권의 눈치를 살피면서 올바른 처방을 하지 않는다면 병든 환자가 신과의 약속을 깨뜨려 결국에는 노예가 되는 이솝우화가 주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은 어느 정권의 나라가 아니라 국민의 나라이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 등 안위를 지키는데 제일 우선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