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혁종 본지 대표
필자는 문제인 것만 문제 삼느라 자신의 마음이 굳어지는 건 알지 못하다가 어느 날 거울에 비친 자기를 보고 뼈아픈 후회를 하게 되기도 한다. 남 탓 할 땐 몰랐지만 결과는 고스란히 자신에게 돌아와 돌이키기 어려울 정도로 돌덩이같이 되어버린 자기를 보는 일은 슬프다. 남에게 쏜 화살은 부메랑처럼 자신에게 돌아와 독 씨앗을 뿌리고는 양분을 제공받는다. 자신은 다치지 않을 거라는 허무맹랑한 믿음은 당장 보이지는 않기에 어리석음이 된다.
상대를 탓하는 마음엔 자신은 괜찮다는 몹쓸 병이 같이 자란다. 그 남을 향한 비난은 마치 안전망인 것처럼 말이다. 더 심한 경우에는 비난하는 자기는 멋지다는 착각을 동반한다. 나를 위해서라도 남을 미워하지 말아야 한다. 그게 좋은 토양이 되어서 독 씨앗이 자라지 못하게 하는 면역력의 기초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토양이 좋은 밭에서는 안 좋은 씨앗도 영양을 충분히 뽑아 열매를 만들어내는 기적이 일어나는 법, 새로운 마법을 기대해 볼만하다.
미워하지 말라고 해서 상대를 사랑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그저 상대에게 그의 삶을 살도록 자유를 주는 거다. 그는 그럴 자유가 있으므로. 그러다보면 나의 미움은 힘을 잃고 저절로 없어질 터이다. 늘 비어있는 거울을 내 마음의 근본으로 삼아지니 나는 늘 자유이다.
새해에는 필자를 비롯한 모두가 눈물 흘리는 일이 없이 밝고 행복한 나날이기를 손 모아 빌어본다. 무엇보다 사람이 먼저인 그런 사회를 우리 모두는 꿈꾼다. 모두가 행복한 너, 나 우리가 되었으면 한다.
안도현 님의 ‘연탄 한 장’과 같은 삶이었는지 뒤돌아본다.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마음과 몸이 쓰리도록 전율을 느낀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찬란한 밑불위에 지금은 인정머리 없는 차가운 내 몸을 얹고 아래쪽부터 불이 건너와 옮겨 붙기를 시간의 바통을 내가 넘겨받는 순간이 오기를 그리하여 서서히 온몸이 벌겋게 달아오르기를 나도 느껴보고 싶은 것이다. 나도 보고 싶은 것이다. 우리는 이번 겨울 누군가에게 한번쯤은 뜨거운 사람이길 소원해 본다.
안도현의 ‘연탄 한 장’에서 주는 교훈은, 많이 아는 척하는 사람일수록 오만과 허위의 함정에 빠져 한 가지도 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경륜도 능력도 없으면서 자리만 탐내면 자기는 물론이고 남까지 망하게 할 뿐이다.
연초(年初)이다. 모름지기 세상의 모든 잘난 척하는 사람들은 올해 무슨 말을 하고, 어떤 일을 했는지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냉정하게 뒤돌아봐야할 시간이다.
내게 왔거나 올 인연들을 살갑게 맞이하자. 아니 생존에 계시는…, 아니면 돌아가신 부모님이 살아 돌아와 다시 뵈옵는 듯, 어떤 이유에서든 사랑하는 이와 헤어졌다 극적으로 만난 인연들과 같이, 착한 벗을 대하듯이 그리 할 일이다.
사람은 멀리 있거나, 가까이 있어도 마주 하지 않을 때는 목소리를 주고 받는 게 정감을 더 한다. 얼마 전에 내게 목소리를 들려준 그 사람이 문자로도 또 한 마디 했다. “연락 주셔서 고맙습니다. 가끔 아주 가끔은 목소리 들려주세요” 라고 말이다. 그 여운이 길었다.
예컨대 왼손과 오른손은 둘이 아니다. 그렇다고 하나인 것도 아니다. 한 몸뚱이에서 나왔지만 각각의 용도는 다른 것이다. 이르자면, 오른손은 밥 먹을 때, 왼손은 뒷물할 때 사용한다. 인도에서는 전통적으로 밥 먹을 때 수저를 사용하지 않고 맨손으로 먹는 경향이 있다. 아울러 화장실에서 용무를 보고난 후 물을 사용해 맨손으로 뒷물을 해왔다. 그러므로 각각의 용도가 구분되어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본체는 하나지만 쓰임은 다른 것이 ‘둘 아님’의 의미다. 우리 모두는 그물코처럼 얽히고 단단히 묶여있다.
세상은 모두 하나로 연결돼 있다, 내가 행복해지고 싶다면 먼저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야 한다. “네가 아프면 내가 아프다”라는 말이 그저 흘려들을 말귀가 아니다.
오늘날의 세상에서는 모두가 떼려야 뗄 수 없이 서로 의존하고 있고, 상호 연결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의 미움이, 다름 아닌 나의 이웃을 파괴하는 것은 결국에는 나 자신을 파괴하는 것을 의미한다.
상호의존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그것이 단순히 개념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상호의존의 원리는 본질에 대한 이해라고 할 수 있다. 편협한 마음을 갖고 있으면 집착과 미움을 키우기가 더 쉬워진다. 필자는 상호의존 원리의 가장 뛰어난 점은 자연 법칙에 대한 설명이라고 생각한다.